광주서 키운 국산 AI칩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아 미래 산업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엣지에이아이 양정웅 대표이사는 25년 넘게 축적한 반도체 설계와 엣지 소프트웨어 경험을 토대로 국산 엣지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 속에서 양 대표가 선택한 곳은 고향인 전남광주다. 스마트폰과 CCTV, 자동차, 로봇 등 다양한 전자기기가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엣지 AI 기술을 지역 산업의 새로운 기반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25년 반도체 현장 경험
양 대표는 1999년부터 대만 UMC와 TSMC, Faraday, GUC 등 글로벌 파운드리 및 디자인하우스와 협력하며 반도체 설계와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개발과 사업화 전략을 총괄했다.
모바일 3D 그래픽 칩 개발 과정에서는 엔비디아와 퀄컴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해 삼성전자 게임폰 납품을 성사시켰다. 이후 한컴에서 약 10년간 근무하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및 무선사업부와 차세대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제품 개발, 실제 납품까지 이어진 현장 경험은 전남광주에서 국산 AI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는 토대가 됐다.
고향에서 시작한 창업
양 대표가 전남광주에서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2023년 말 국가 AI 데이터센터 구축 소식을 접한 일이었다. 그는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진을 찾아 지역의 AI 기반과 산업 여건을 살폈다.
대학 시절 남도학숙에서 생활하며 간직했던 고향에 대한 마음도 창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전남광주에는 풍부한 AI 인프라가 마련돼 있었지만 반도체 설계와 엣지형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상대적으로 비어 있다는 것이 양 대표의 판단이었다.
그는 이러한 산업적 공백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고 2024년 1월 엣지에이아이를 설립했다.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전남광주를 엣지 AI 반도체의 실증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기 안에서 판단하는 AI
엣지에이아이가 개발하는 핵심 기술은 엣지 AI, 즉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다. 중앙 서버나 인터넷에 의존하지 않고 스마트폰과 CCTV, 자동차, 로봇 같은 단말기 내부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즉시 판단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회사는 반도체 칩만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품 보드와 센서 연동, 기기 제어 프로그램, 최적화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해 제공하는 풀스택 역량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칩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다루는 통합 기술은 서로 다른 전력 조건과 사용 환경을 가진 현장에 AI 반도체를 적용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다.
국산 NPU로 확인한 가능성
창업 이후 엣지에이아이는 해외 기업의 보드 가격이 10배로 오른 상황에서 국산 신경망처리장치인 NPU를 활용해 비슷한 가격으로 우수한 성능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특정 해외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국산 NPU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한 성과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창업 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50억 원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요 연구개발 사업에도 잇달아 선정됐다.
실증 분야는 시민 생활과 산업 현장을 폭넓게 아우른다. 도로의 포트홀 감지, 양돈 축사 모니터링, 마른김 품질 판별, 스마트시티 관제, 국방 다중센서 융합 등에서 기술 적용 사례를 확보했다.
저전력 칩과 뉴로모픽 칩
엣지에이아이의 핵심 기술은 저전력 엣지 칩인 EGAI_001S와 뉴로모픽 칩인 EGAI_01N으로 구분된다.
| 기술 | 주요 특징 | 활용 방향 |
|---|---|---|
| EGAI_001S | 1.5W의 낮은 전력으로 작동하는 엣지 AI 전용 칩 | CCTV 영상 속 개인정보 실시간 비식별화와 위험 상황 분석 |
| EGAI_01N | 사람의 뇌처럼 필요한 순간에만 신호를 보내 작동하는 초저전력 반도체 | 뇌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차세대 AI 연산 |
EGAI_001S는 적은 전력으로 CCTV 영상을 분석해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거나 위험 상황을 즉시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GAI_01N은 사람의 뇌가 필요한 순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착안한 뉴로모픽 반도체다. 회사는 이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으며, MDS인텔리전스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 수출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과 전국을 잇는 연구 체계
반도체 산업의 석·박사급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은 지역 기업이 넘어야 할 과제다. 엣지에이아이는 전남광주 본사를 전체 사업의 컨트롤타워로 두고 서울 지점과 대구 연구소를 연계하는 운영 체계를 마련했다.
국내 교수진으로 구성된 자문단과 호남권 대학의 협력망도 활용하고 있다. 외부 전문 역량을 연결하는 동시에 지역 청년을 직접 육성해 장기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전남광주 본사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의 연구 역량을 연결하고, 호남권 대학과 함께 인재를 키우는 구조가 지역 반도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현장 검증과 양산이 과제
AI 소프트웨어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국산 AI 반도체 산업에는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개념검증과 대량 양산 프로젝트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양 대표의 진단이다.
엣지에이아이는 반도체 칩과 보드,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구독 모델을 함께 지원하는 방식으로 현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적용 장소마다 전력 조건과 운영 환경이 다른 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묶어 제공해야 실질적인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한 제안
양 대표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안착을 위해 기술과 현장을 연결하는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교통과 안전, 시설물 관제 등 공공 인프라에 국산 AI 반도체를 우선 도입해 실증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 지역이 강점을 가진 농업과 자주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대량 양산 검증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 반도체 설계와 AI 소프트웨어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융합형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이다.
공공 인프라가 초기 실증 무대가 되고 농업과 국방 분야가 양산 검증을 뒷받침하며, 지역 대학과 산업계가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엣지에이아이는 초저전력 엣지 AI 반도체의 양산 체계를 확립해 2026년 매출 40억 원, 2030년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업 영역도 로봇과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에 탑재되는 차세대 피지컬 AI 반도체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기계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국산 NPU 기반 기술을 발전시켜 글로벌 표준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인력 규모는 2030년까지 연구직과 전문 기술직을 합쳐 100명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남광주 본사는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총괄하는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
청년 인재가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전문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드는 것도 회사가 제시한 장기 목표다.
AI 중심도시에서 여는 미래
전남광주가 AI 중심도시를 표방하며 구축한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기반은 지역 팹리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은 엣지에이아이에도 새로운 기회로 제시된다. 회사는 지역에서 개발한 국산 엣지 AI 반도체를 실제 산업과 생활 현장에 적용하고, 그 성과를 세계 시장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 경험과 지역 AI 인프라, 현장 중심 실증을 결합한 엣지에이아이의 행보는 전남광주가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개발 단계의 기술을 안정적인 양산과 지속 가능한 지역 일자리로 연결하는 데 있다.
